나는 스스로를 ‘집순이’라고 부른다.
사람 많은 장소보다 집이 편하고,
주말에 약속이 없을 때 더 행복한 사람.
하지만 아무리 집이 좋고 혼자가 편해도
문득 외로움이라는 손님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찾아오고,
늘 혼자 있던 나조차 당황하게 만든다.
혼자서도 잘 노는 기술이 있지만,
혼자일 때 오는 공허함을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기술이다.
‘혼자의 기술’은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나만의 위로를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그런 순간을 견디는 나만의 방식,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 외로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집순이라는 타이틀은 종종 '외로움을 모를 것'이라는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것과 외롭지 않은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 역시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 앞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퇴근 후 불 켜진 집에 들어설 때,
아무 말 없이 저녁을 먹을 때,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텅 빈 마음을 느낄 때.
예전엔 이 감정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아, 괜찮아”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외로움을 인정하는 게 먼저라는 걸.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
조용히 앉아 그 감정을 바라본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조명을 낮추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서,
'아, 지금 내가 외로운가 보다' 하고 말해준다.
2. 나를 안아주는 작은 루틴 만들기
혼자의 기술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혼자 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나를 챙기는 습관들이 필요하다.
나는 ‘혼자 있는 날’만의 작은 루틴을 만든다.
예를 들어, 수요일 밤은 향초를 켜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 주의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시간은 일주일 동안 내가 나에게 건네는 ‘괜찮아’라는 인사다.
또 가끔은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기분이 좀 울적하네?"
혼잣말이지만, 나에게는 큰 위로다.
이런 작은 말들이 생각보다 외로움을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혼자 하는 프로젝트’도 좋다.
집에 있는 것만으로는 무기력해질 수 있으니,
계획을 세우고 뭔가를 만들어보는 것.
예를 들어 작은 인테리어 바꾸기, 스크랩북 만들기,
새로운 요리 도전 등은
혼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다.
혼자의 시간을 ‘기다림’이 아닌 ‘채움’으로 바꾸는 것,
그게 집순이의 생존 기술이다.
3. 연결을 멈추지 않는 혼자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과의 연결이 필요 없어진 건 아니다.
진짜 혼자의 기술은,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락을 오래 안 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가볍게 통화를 하거나
“나 요즘 좀 심심해”라는 말도 솔직하게 해보는 것.
혼자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감각은
외로움의 깊이를 얕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SNS도 적당히 활용한다.
다른 사람의 일상 속 장면을 보며,
나만 이런 감정을 겪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익숙한 작가의 글 한 줄,
예전 사진 하나가 나를 구해주기도 한다.
혼자라는 공간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건 아주 소중하고, 고요한 위로다.
집이 좋고, 혼자가 익숙하지만
가끔은 외로운 날이 있다.
그건 부끄러운 감정도, 숨겨야 할 마음도 아니다.
혼자의 기술은
그 외로움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를 돌보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늘도 혼자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마음은 괜찮나요?”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외로움이 찾아와도, 우리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